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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 ‘존엄사 허용’ 판결 교계 입장 |
| [2008.11.28 22:34] | ||
생명윤리와 현실 사이 고민 "신학적·사회적 합의 필요" 법원이 28일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존엄사'(소극적인 안락사)를 허용하는 첫 판결을 내림으로써 기독교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존엄사란 '불치의 병에 걸려 죽음의 단계에 들어선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그 환자를 죽게 허용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그동안 생명의 여탈권은 하나님께 있음을 강조해온 교계는 이번 판결을 현실적 사회 합의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기존의 보수적 입장에서 생명존중 운동을 펴나갈지 선교적 측면에서 깊이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국교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신학적인 논의 과정이 필요하며 사회적 논의 기구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최희범 총무는 이날 사견임을 전제로 "치료와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명백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비롯해 환자 가족의 동의 등을 조건으로 소극적인 차원에서의 존엄사는 인정할 만한 시기가 됐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생명 윤리 차원의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교계 내부의 연구와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기총은 조만간 신학연구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황필규 국장은 "사회 구성원의 입장뿐만 아니라 신앙인의 입장에서도 존엄사 문제는 복잡다단한 가치 판단의 사안이기 때문에 찬성과 반대로 양분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사회적 논의 기구'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환자 가족과 담당 의료진을 포함해 기독 과학자와 의료진, 신학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사안별로 존엄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의 중단을 소극적 안락사 또는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를 의사들이 포기하는 시도로 오해 받기도 한다.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연명 치료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을 때는 큰 무리 없이 수용될 수 있지만, 환자가 의식이 없는 경우 의사는 실정법상의 이유로 인공적인 생명 연장 장치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판결은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공식화한 것이지만 존엄사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면에서 이번 판결은 논란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성산생명의료윤리연구소 박재현(경희대 의대교수) 총무는 "이번 존엄사 판결에 앞서 선행돼야 할 과제는 병원 내 의료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 "고 제언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볼 때 크고 작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주장이 기독 의료계에서 더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왕재 서울대 의대 교수는 "당장 경제난과 맞물린 진료비 가중을 못 견딘 가족들의 유사 소송이 줄을 이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생명의 주권은 하나님에게 달려 있으며 존엄사도 소극적 안락사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차한 가천의대 길병원 교수는 "'존엄한 죽음'이라는 미명하에 합법적으로 살인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성경은 오직 하나님만이 인간의 생명을 거두실 권한이 있다고 말씀하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는 자연사, 혹은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 논의가 거세게 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를 의료 현장에서 실천하는 호스피스-완화 의료에 대한 제도적 지원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